

정직한 수의 제작 업체


“중국산 싸구려 수의 이대로는 안된다”
(주)안동섬유마을 강희일 대표
2014.08.01 11:12 입력

▲(주)안동섬유마을 강희일 대표이사. "양복부터 수의까지" 40년 동안 오로지 한길만을 걸어 오면서 지금처럼 힘든 적이 없다고 했다. 강대표는 "중국산 저가 수의때문에 우리나라의 장례문화의 본질인 효(孝)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답답하다. 중국산 수의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 때문에 국내에서 정도(正道)로 수의를 만들고 있는
제조업체들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국 싸구려 수의에 대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우리나라 장례문화의
발전은 더이상 없다”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458번지에 주소를 둔 삼베수의 전문제작업체인 ㈜안동섬유마을 강희일 대표의
하소연이다. "저가라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정직하게 만들고 정직하게 판매하자는 것"이다.
나일론 줄이 포함된 저가 수의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장례업을 하고있는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
등의 구조적인 문제와 맞물린다.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가는 장례절차에 유족들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파렴치한 상술이 개입되어 돌아가신 부모님께 1~2만원짜리 저질의 수의를 입혀 매년
제사를 지내드리고 있다면 분통이 터지고도 남을 일이다.
더욱이 현재 국내에서 제공되고 있는 수의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기에 “중국산 수의가 없으면
죽지도 못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강희일 대표는 이에 대해 “비지로 떡을 만들 수는 있어도 수의는 안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값싼
제품은 그만큼 품질도 나쁘게 마련이라는 뜻으로 쓰는말이 '싼 게 비지떡'이다. 수의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소멸되어야 한다. 나일론 줄이 포함된 저가 수의는 수년, 수십 년 동안 나일론 줄이 유골을
칭칭감고 있어서 마치 유골을 묶어 놓은 형상이 된다. 장례문화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장례업자들이 "좋은 수의를 입혀야 하는 것이 효의 척도"라고 하면서 효(孝)를 빙자해
중국산 저가 수의를 고가로 판매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말하는 안동섬유마을 강희일 대표.
수의에 대한 기록
원래 우리가 입어왔던 수의는 “생전에 입던 옷 가운데 가장 좋은 옷이 수의였다.
양반들은 관복(官服)을 입었으며, 선비들은 (深衣), 서민들은 원삼(圓衫)같은 예복을 수의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수의 옷감의 원료인 삼베는 삼(大麻)으로 짠 직물로 애초에 죄인의 옷을 만들 때사용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라 경순왕의 아들인 마의태자(麻衣太子)가 나라를빼앗긴 설움을 가누지 못하고 삼베옷을 입은데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죄를 지었거나상을 당했을 때 삼베옷을 입고 참회를 하거나 상을 치르는 풍습이
이때부터 시작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수의는 이전 삼베, 모시, 명주 등이 모두 사용되었다. “수의가 삼베이어야 한다” 는 생각은 모시로 수의를
만들면 자손의 머리가 희어진다는 등의 유언비어야 돌면서 고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시는 모시풀의
줄기껍질로 짠 직물이다. 이러한 삼베가 일제시대부터는 수의의 소재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수의가 삼베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다. 하지만 사용이 상용화 됐다면 고인을
추모 하면서 좋은 뜻으로 사용돼야 한다. 망자의 덕을 기려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저가수의로 망자를 우롱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삼베가 줄어든 이유는 지난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베의 재료인 삼 즉 대마(大麻)는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누구든지 재배를 할 수가있었다.
그러나 1976년 4월7일 법률 2895호 제정된 대마관리법에 따라 재배 및 유통관리가 허가를 받을 수 있는
특수 취급자에게만 허락됨으로서 삼베 값이 급상승 하게 된 것 이다.
지금도 5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기억하고 있는 대중가수들의 대마초 흡연으로 방송 출연이 중단되었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그게 이시기라고 보면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삼베는 모두다 거두어 수의를 만든다고 해도 1년에 5천벌을 넘지 않는 소량에
불과하다. 매해 26만명이 넘는 사망자들이 입는 삼베 수의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수입된 값싼 저가 수의 들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저가 수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안동에서 직접 제조하는 안동삼베도 있다.
안동포의 원재료는 대마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대마포(大麻布)로서 생냉이(生布)이로 짠 삼베다. 대마는
보통 3월말이나 4월초 순에 파종하여 6월말이나 7월초 순이 되면 2m이상 자란다. 이때 수확하여 가마에
넣어 삶아야 한다. 수확한 삼베는 물에 불려서 껍질을 벗긴 후말린다. 말린 삼껍질을 물로 적셔서 손과
삼톱으로 째고 훑어내려 가닥실을 만들고 삼베를 짤 틀에 실과 새로 만든 실을 잇는다. 이어 굵은 실과 가는
실을 결정하여 한 폭에 몇 올이 들어갈지 결정한 다음 실을 물레에 올려 실을 감아 놓을 타래를 만든다.
풀먹 이이기 과정을 거쳐서 틀의 실이 팽팽하도록 잡아당긴 후에 베틀을 이용하여 직물을 짠다.
강희일 대표는 “국내에서는 재배의 어려움 때문에 원재료는 중국에서 수입을 하고 국내 에서 제조를 하면
국내산이라고 규정을 하고 있다. 공정위 고시에서도 명시를 하고 있는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효(孝)에 바탕을 둔 장례문화로 가야
“장례문화의 본질은 효에 기본을 둬야 한다. 유교문화가 퇴색이 되어도 그 본질을 잃어 버려서는 안된다."
과거 유교문화에서의 장례문화의 핵심은 부모가 사망을 하면 살아있는 자녀들의 불효로 인식이 되었다.
효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주변에 알려야 했고 극도의 슬픔과 애통함의 표현으로 삼년상까지 치렀다.
산업화와 핵가족화 등으로 이러한 전통의 의식은 없어졌다고 하지만 나일론 끈으로 묶어서 부모님을 화장하고,
나일론 끈으로 묶인 묘지에 절을 한다고 생각하면 장례문화의 뿌리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현재 우리의 장례문화는 여러모로 잘 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비현실적인 허례허식과 상업화를 내세우면서
무조건 장례비를 낮추려고만 한다. 예를 들어 10년 전에 200만원 짜리 상품을 받아 놓고 지금 이 상품으로
장례를 치르려면 힘들다. 속임수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
수의, 관, 영구차량 등 품목이 많지만 의전을 하는 장례지도사들이 남길 수 있는 것은 수의밖에 없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300만 원 이상이 돼야 제대로 된 수의를 쓸 수 가 있다.
그렇다고 200만 원짜리 상품을 가지고 무조건 부정을 저지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주)안동섬유마을에서 납품하고 있는 기타 상조회사와 장례식장에서는 190만 원짜리 상품을 가지고도
대마(삼베) 100%와 저마(모시) 100%, 순면 100%를 안동섬유마을에서 공급해 가고 있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훌륭한 상조회사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의전을 하는 장례지도사들이 상조회사에서 행사의 65%를 받아서 200만원 짜리 상품을
소화하기에는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다. 부정한 상조회사는 50%이하로 행사비 를 의전회사에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거기에서 부정이 개입된다는 뜻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우리는 100% 국내에서 수의 제작을 한다. 0.001%도 불순물이 포함되지 않도록
공장등록증과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직원들이 정직하게 생산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장례문화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복쟁이(?)일부터 안동섬유마을까지 40년 동안 장인의 길을 걸어온 강희일 대표는 지금도 효(孝)가
우리사회의 근본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옛날 어귀에 이런 말이 있다. 목마른 자에 물을 주고 헐벗고 굶주린 자에 옷과 음식을 아끼지 않고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자는 덕을 심는다 했다. 내 부모님이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살아 주실 것을 자식들은 한결같이
기원한다.
그것이 孝(효)다. 그러한 효가 요즘 핵가족화, 개인주의가 팽배하면서 빛이 바래졌다. 그래서는 안된다.
孝(효)는 자식이 죽는 날까지 도 변함이 없어야 한다. 나일론 줄이 있는 싸구려 수의가 웬 말인가.”
임택 기자 it8677@naver.com